선택지가 많을수록 고르기 어려운 이유
메뉴판이 두꺼운 식당에서 주문이 더 오래 걸린 적 있나요? 고를 게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막상 고르는 순간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때가 많아요. 흔히 ‘결정장애’라고 농담처럼 부르는 이 고민에도 이유가 있어요.
24가지 잼과 6가지 잼
2000년, 심리학자 시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와 마크 레퍼(Mark Lepper)는 미국의 한 식료품점에 잼 시식대를 차렸어요. 어떤 날은 24가지 잼을, 어떤 날은 6가지 잼을 내놓았죠. 24가지를 내놓은 날 더 많은 사람이 시식대 앞에 멈춰 섰지만, 실제로 잼을 산 사람의 비율은 6가지를 내놓은 날이 훨씬 높았어요. 선택지가 많으면 눈길은 끌지만 결정은 오히려 어려워진다는 것을 보여 준 유명한 실험이에요.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2004년 책 『The Paradox of Choice』에서 이런 현상을 ‘선택의 역설’이라고 불렀어요. 선택지가 늘면 더 좋은 것을 놓쳤을까 봐 걱정되고, 고른 뒤에도 다른 걸 골랐으면 어땠을까 아쉬워하기 쉽다는 거예요.
그런데 늘 그런 건 아니에요
재미있게도 그 뒤 여러 연구를 모아 다시 분석해 보니,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늘 고르기 어려워지는 건 아니었어요. 2010년에 발표된 분석에서는 평균적인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이후 연구들은 선택 과부하가 특히 잘 생기는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어요.
- 선택지 하나하나가 복잡해서 비교하기 어려울 때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를 때
- 시간이 없어서 빨리 정해야 할 때
점심시간의 메뉴 고르기가 딱 이 상황이에요. 메뉴마다 장단점이 다르고, 딱히 당기는 것도 없는데, 시간은 정해져 있죠.
빨리 고르는 다섯 가지 방법
1. 후보를 서너 개로 줄여요
먼저 싫은 것, 어제 먹은 것, 너무 먼 곳을 빼요. 고르는 것보다 빼는 게 훨씬 쉬워요.
2. 기준을 하나만 정해요
‘가까운 곳’, ‘따뜻한 것’, ‘빨리 나오는 것’처럼 오늘의 기준을 하나만 정하면 비교가 단순해져요.
3. ‘이 정도면 충분해’를 목표로 해요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최고를 찾기보다 기준을 넘는 첫 번째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을 ‘만족화(satisficing)’라고 불렀어요. 슈워츠는 늘 최고를 찾는 사람보다 ‘이 정도면 충분해’를 택하는 사람이 고른 뒤 덜 후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해요.
4. 시간을 정해요
‘1분 안에 못 정하면 룰렛’처럼 마감을 정하면 고민이 끝없이 길어지지 않아요.
5. 마지막은 룰렛에게
후보를 줄였는데도 못 정하겠다면, 남은 후보는 어느 걸 골라도 괜찮다는 뜻이에요. 그때는 골라셈 룰렛에 맡기고 결과를 즐기세요. 결과가 영 내키지 않으면 그 후보를 빼고 한 번 더 돌리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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